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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side

[기억용 펌] 고백의 방향_영화 10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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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에는 "아기를 위해 견뎌야지." 혹은 "지금은 아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지." 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어쩌고, 아기만?" 이라는 말이 울컥 올라왔으나, 그 말을 목구멍 밖으로 뱉었던 건 겨우 한 번이었다. 고작 한 번이었지만, 내 말은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고 당황한 사람들은 에둘러 이렇게 얘기해주었다. "아기가 곧 너지. 아기 생각하라는 게 너를 생각하라는 거지 뭐."


들의 말은 오래 마음속에 남아 내 마음을 휘저었다. '아기가 곧 나'라는 말에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내 안에 그만큼이나 모성이 없는 걸까 싶어 자괴감도 들었다. 그러나 아직 얼굴조차 보지 못했고, 살결 하나 만져보지 못한 아기를 단지 뱃속에 있다는 추상적인 느낌만으로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건 너무 과한 요구가 아닐까.


그러므로 임신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태교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나'와 앞으로 생겨날 엄마라는 정체성, 그리고 아기에 대한 관계성을 사유하는 일이다. 모성이라는 단어는 이 복잡한 문제를 너무나 쉽게 하나로 봉합해 버린다. 



- 마음에 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