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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side

맹물

- "좋아하는 맹물님"의 글이다.



1년 넘게 글이 더이상 올라오지 않아서 
슬펐는데, 
누군가 맹물님의 블로그를 타고 내 블로그를 탐방하셔가지고,
갑자기 생각났다. 

1년 전쯤 올라온 마지막 글. 

보관용으로 공유  -






죽이는 걸 사랑하기는 힘들어.


<Hard to Love What You Kill. Jake La Botz>

Had my finger on The trigger so long 
Seems like I’d shoot again bow 
But it’s hard when you can’t stand the sound 
And it’s hard to trust In the rust That collects on my forty-four 
And I don’t want to shoot anymore. 
And it’s hard, Ain't it hard to love what you kill 
I gathered your remains And cleaned up the stains 
I took care for we once were friends 
But it’s hard when your song never ends 
And its hard enough To be in love 
And it’s hard to love what you kill 
I’ve paid a lot of debt
I do not regret the blood that I’ve spilled so well 
But it’s hard when you’re burning in hell 
......


이 노래의 내용은 화자가 누군가를 44구경 총으로 쏴죽이고 나서 하는 이야기다. 한 때 좋아하던 친구를 죽이고 쏟아진 피며 파편들을 치운다. It's hard to love what you kill(내가 지금 죽이고 있는 이를 사랑하기는 힘들다)는 이 문장은, It's hard to kill what you love(사랑하는 이를 죽이기는 힘들다)는 말 되는 문장에서 단어 두 개의 위치만 뒤바꿔 만들어진 희한한 문장이다.

노래는 마치, 내가 죽기 전에 살았던 세상으로부터 이명처럼 들려온다.

나를 그토록 사랑한다던 네가 왜 나를 죽였을까.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물었지. 밥을 먹다가 묻고 길을 걷다 물었지. 네가 나를 죽였으니 나는 죽은 채로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잠을 자다 물었지. 사람들은 때때로 죽은 나에게 말해주곤 했다. “그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너를 죽인 거야.” 하지만 나는 그들의 말이야말로 너무 파렴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어쩌면 나를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서, 그때서야 비로소 나를 죽인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궁구해도 나는 네 살인의 이유를 결코 알아낼 수가 없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우리가 한때 친구였던 시간을 돌보며, 네가 죽인 채로 나는 간신히 이 죽음을 보존하는 일이다. 

죽이는 걸 사랑하기는 힘들어
사랑하는 걸 죽이기는 힘들어

사랑이 죽음이고 죽음이 사랑이긴 하지만, 저 둘은 정말 같은 문장인 거냐?

우연히 주워들은 이 노랫말을 읊조려보며
저 두 문장의 간극을 헤매이는 게
그나마 내게는 이 죽음의 위로가 된다.
밤은 깊고 숲은 검다.

혹시 이 서슬 푸른 지옥의 소리가 네 목덜미 뒤에서 들려온다면 너는 힘들어 하지 마. 
너는 살아 있고, 너의 사랑은 이미 끝났으니.





#죽음에서부활하는것은또한우리같은범인에게는쉽지않을일임을알기에,
#저사람은무엇이그렇게사랑과죽음을동일시하는지경으로이르게했을까대부분의글들을보면
#사랑과생을동일시하는-그유일한생의목적성으로-보다는훨씬세련되보이는삶의태도이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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