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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side

자살에 대하여

재미 있는 논문을 발견함

인문학, 사회학 관련 논문 중에서는 논리적, 통계적이기 보다 통찰력 있는? 혹은 직관적인 논문을 가끔 발견한다.

당연히 나로서는. 일상에서 나올 듯한 담화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는 쉬운 논문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종교학적이고 실효성 없어 보이는 쌘님같은 결론은 차치하고서라도, 비단 자살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에 나타나는 '가치관과 이념의 부재' 그리고 그로 인한 '콤플렉스'가 생산해 내는 공동체적 패배의식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재미난 Agenda를 던지고 있으므로.

 

자살에 대한 성찰.-

- 예전의 자살이란 실존주의적 자기애의 과잉표출, 개인의 존재에 대한 허무주의적 관념에서 오는 생존의 실패, 혹은 개인의 부적응의 문제였다면 (집단적 광기, 혹은 이데올로기적 신념을 위한 사례들은 제외하자)

현대사회 한국의 자살은 '구조적'인 사회의 문제, 즉 사회적 이념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자살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법은 뒤르케임의 [자살론]을 기반으로 하는데,  본 논문에서 언급되는 '아노미적 자살'은 아래와 같다.

 

[아노미적 자살: 사회적 차원에서 규범과 가치관을 통해 그 구성원의 욕망과 삶의 양식에 대한 규제가 적절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자살 유형이다. 이 경우 자살이 발생하는 이유는, 특정 사회적 맥락에서 삶을 살아가는 개인의 장래 삶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현실적으로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형태로 실현됨으로써, 이 둘 사이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나는 자살이다. 뒤르케임은 아노미적 자살이 일상적 삶 속에서 개인의 기대와 욕망에 대한 현실적인 제한을 적절하게 규제해주는 공동체적 규칙이 무너질 때 일어난다고 분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무규범과 가치관의 혼란 상태에서 삶의 목표를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것이다.](본문 인용)

[특히, 우리사회의 근대화는 서구 사회의 근대적 사회제도는 형식적으로 도입했지만, 그 제도들의 도입과정에서 한국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시민계급의 성숙 없이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주변 상황에 쫒겨서 성급하게 이루어진 근대화였다. 여기에다가 한국사회는 근대적 의미의 사회 제도를 확립하고, 예측과 신뢰가 가능한 서구적 의미의 합리적 사회관계의 질서를 제대로 이루지도 못한 채 후기 산업 사회라는 새 문화의 충격을 받게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났던 군사 쿠테타와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잘못 동원된 유교적 권위주의 문화는 그 유산으로 지도층의 부패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지도층에 대한 나쁜 기억을 트라우마로 심어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적 유산은 사회구성원들 간의 진정한 인격적 관계와 신뢰감에 기초를 둔 사회공동체의 형성을 방해했다.(민문홍, 2008, 1장, 10장)]

[한국은 여기에 더하여, 압축적 근대화 과정을 통하여 근대적 의미(모더니즘)의 시민의식의 성숙과 튼튼한 정신문화의 기초 없이 후기 현대 시대(포스트모더니즘적) 의 향락주의 문화와 그 철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임으로서, 서구 사회 보다 더 심한 형태의 국민적 정체성을 흔들어 놓는 후기 현대 시대의 향락적이고 해체주의적인 가치관을 동시에 들여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관의 한국사회에의 수용은 아직 한국사회에 제대로 정착되지도 못한 자본주의 문화와 정신을 그 기초부터 파괴하고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문홍, 2008,10장; R. Boudon, 2006)]

 

 

보자. 단순히 생에 대한 집착의 상실의 문제가 아니다.

친구들과의 담화에서 언제나 언급되던 '가치관의 상실', '세계관의 부재'와 맥락을 같이 한다.

여기 또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

[근 한국사회의 자살률 변동의 동인들은 상대적 빈곤, 소외감, 사회의 비인간성과 희망의 상실 등이다. 마지막으로, 후기 현대 사회의 개인들은 현대 사회의 개인들 보다 “삶의 유의미성을 충족시켜주던 모든 종교적ㆍ상징적ㆍ이데올로기적 의미체계들의 붕괴 혹은 약화로” 자신의 삶의 의미와 존재의 당위성을 증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자살현상에 관한 실존철학적 연구도 넓은의미에서는 뒤르케임의 이론틀과 맥락을 같이한다.(천선영, 2008)]

 

한마디로, 현재를 향유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지나친 풍요로움

그리고 가족의 해체, 관계의 간접성의 증가.

넘쳐나는 Data와 정보, 물질과 확대되는 관계, 지리, 시간적 개념 속에서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는 저기 저 기반에 있는 흔들림 없는 탄탄한 무언가가 부재하다는 것. 

개인의 불행과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한 집단에의 도피는 '집단적인 패배감 속에서 개인의 무기력한 안도'만을 가져올 뿐.  

[굴레]

1. 집단 속에서의 회의주의적, 수동적 의지.

2. 내 몸을 맡길 것. 타인과 다르지 않을 것. 튀지 않을 것. 나의 콤플렉스를 저들도 동일하게 지닐 것.

3. 우리의 죄책감, 상실감을 환기시켜주는 '개인적인 천재'는 철저히 짓밟아 버릴 것.

4. 그리고 다시,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것.

 

자살은 개인에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자기표현의 하나일 뿐,

현상에서 나타나는 부조리, 마음에 들지 않는 세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은

변방에 숨어든다. 혹은 변질된다. 내면으로 파고들어 도피한다.

 

- 마찬가지.

나의 Guilty. 내가 느끼는 그것. 세상의 잣대. 불행. 불안. 패배감.

내가 할 수 있는 객기. 반항이라곤 세상이 이따구라도 난 철저하게 행복하게 살아주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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